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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에리히 프롬 <나는 왜 무기력을 반복하는가>

옌炎 2022. 12. 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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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 보게스,

리뷰

이 책은 읽다가 에너지가 다해서 전반부는 여름에, 후반부는 겨울에 읽었다. 전반부를 읽으면서 시에라 보게스 버전의 뮤지컬 인어공주의 <Part of your world>를 자주 들었다. 후반부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다보니 캐럴을 타의적으로 자주 들었던 것 같다. 처음 이 책을 접했던 당시 나는 우울증에 빠진 상태였고, 정말로 내가 왜 무기력한지 궁금해서 읽었다.

 

내가 이 당시 이 책을 찾았던 것도 <Part of your world>를 자주 들었던 이유도 무기력과 우울 때문이었다. 바다 밖의 세계를 염원하는 인어공주의 순수함과 열정을 닮고 싶은데, 내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는 없어 경고등이 뜬 상태였다. 

 

나는 삶의 목표를 잃어서 지난 몇 년간 되고 싶어했던 내 미래의 모습이 정말 내가 바라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나는 언젠가 내가 학문적으로도, 또 현업에서도 나의 뛰어남을 발휘하면서 굴지의 인재들과 교류를 한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나의 이데아였다. 그런데 이 이데아가 존재할까? 존재하더라도 내가 그 안에 있을 때 생각한 것처럼 행복할까?

 

인어공주 이야기로 돌아가서 비유를 해보자면, 인어공주가 가고싶어 했던 물 위의 세상은 정말 인어공주가 가고싶어 했던 세상일까? 내가 만약 인어공주였다면 뭍에 나간 후 행복했을까? 내 대답은 No였던 것같다. 그저 동화라서 행복했다는 엔딩을 알고싶은게 아니라 내가 인어공주였다면 행복해지기 위해서 무엇을 했을까? 궁금했지만 답을 알지 못했다.

 

그 당시에 내 생각 flow를 정리해보자면,  이데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존재 여부를 먼저 알아야하는데, 나는 어디를 가더라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란 걸 안다. ▶ 그렇다면 이데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데 나는 왜 노력을 해야할까? ▶ 그런데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은 그 이데아의 털끝도 못 건드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노력할 것이다. ▶ 근데 왜? 어떻게?

 

무기력이 나를 덮쳤다. 이런 무기력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

 

 

01 인간은 타인과 같아지고 싶어 한다

'나'라는 개별적 존재 이전에 '인간'에 대한 관찰점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현대인은 모두가 자기 자신을 착취하고 있으며, 수단을 목적으로 변화시키면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사물화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사물화로 인해서 권태와 신경증과 같은 증상이 시작하기 시작하였다.

 

02 인간의 본질은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인간 본질이란 무엇일까? 답은 바로 이성과 사랑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또, 사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인 것이다. 

 

03 자유는 진짜 인격의 실현이다

피곤한 사람, 절망에 빠진 사람, 염세주의자는 자유에 도달할 수 없다. 피곤할수록, 절망에 젖어 있을수록, 염세적일수록 얻을 수 있는 자유는 줄어든다. '열정적인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퇴보에 빠지지 않고 전진하고 진보하려 노력하는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독립과 동시에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포함하는 진보를 추구하는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인간 본질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유이다. 자유란 인간의 진짜 인격의 실현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칸트가 말했던 대로, 나와 타인을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목적으로서 행동해야 한다.

 

04 자아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만큼 강하다

인간은 자아 실현으로 자유를 획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아란 무엇일까? 자발성을 통해 개인의 고유함을 완벽히 긍정하여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

 

05 인간은 자신의 인격을 시장에 내다 판다

하지만 현대인의 자아는 '사회적 자아'로 도구화 되어있다. 인간은 상품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팔면서 스스로를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06 현대인은 깊은 무력감에 빠져 있다

현대인은 무력하다. 허나 그 무력감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07 진짜와 허울의 차이를 보다

온전한 현실을 사실대로 보아야 우리는 응답이 가능하다. 이런 감각을 갖추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감탄의 능력

2) 집중력

3) 양극성에서 나오는 갈등과 긴장을 받아들이는 능력

 

끝으로

태어날 준비-모든 안전과 착각을 포기할 준비-는 용기와 믿음을 필요로 한다. 안전을 포기할 용기, 타인과 달라지겠다는 용기, 고립을 참고 견디겠다는 용기다. 성경에 나온 아브라함의 이야기에서 말하는 용기, 즉 자신의 나라와 가족을 떠나 미지의 땅으로 갈 용기다. 자신의 사고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관련하여서도 진리 말고는 그 무엇도 추구하지 않겠다는 이런 용기는 믿음을 바탕으로 해야만 가능하다. 여기서의 믿음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믿음, 즉 과학적으로 혹은 이성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이념에 대한 믿음이 아니다. 구약에서 믿음을 칭하는 단어 ‘에무나emuna’가 확신을 뜻하는 것과 같은 믿음이다. 사고와 감정에서 자기 경험의 현실성을 확신하고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것이 믿음이다.

 

에리히 프롬의 글은 모든 글을 읽고 나서 마지막 종결을 읽음으로써 완성되는 것 같다. 언뜻 보아서는 주제와는 영 다른 지리멸렬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 같은데 종결까지 모두 읽고 나면 모든 이야기가 실에 구슬을 꿴 것 처럼 착착 이어지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그저 아름답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 같다. 글이 정말 정갈하고 아름답다. (이 책은 에리히 프롬이 생전에 썼던 글들을 모아서 낸 책이므로 엄밀히 말해 잘 이어지지 않는 게 맞긴 하다.)

 

진짜 삶을 산다는 것은 매일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는 것이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나는 매일 새로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가? 안전을 포기하고 새로운 땅을 개척할 용기가 있는가? 아니었다. 하지만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에무나emuna를 가져야 한다는 마지막 끝마침으로 큰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최근에 같이 스터디하는 언니가 3주째 이어지는 나의 주말근무 랠리를 듣고서는, 차라리 일본에 가서 근무하는게 낫지 않겠냐는 진지한 제안을 했었다. 그때 나는 지금 여기서 이룩한 모든 것을 버리고 일본으로 간다는 것이 넌센스라고 생각해서 그냥 웃고 넘어갔는데,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난 죽은 삶을 살았었구나 깨달았다.

 

어디든 가보자! 못할 이유가 어디 있나! 정 무서우면 잠깐 여행만이라도 가보면 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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